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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개인전
《가만히, 그려보다》
- 시간을 쌓은 화면
서울아트나우 갤러리 | 2025 . 10. 29 - 11. 21
김은주의 드로잉은 연필이라는 단일한 도구 안에 얼마나 깊고 섬세한 감각이 깃들 수 있는지를, 소리 없이 설득해 나갑니다.
이번 개인전 《가만히, 그려보다》는 드로잉이라는 장르가 지닌 감각적 깊이와 시간성을 조용하게 펼쳐 보입니다. 반복, 응시, 그리고 축적된 선의 흐름이 화면 위에서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작가의 화면에는 파도나 꽃처럼 익숙한 자연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것들은 처음부터 계획된 형상이 아닙니다. 김은주는 사물을 묘사하기보다, 시선이 오래 머문 자리에서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선이 축적되고, 그 흐름 속에서 형상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을 따릅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리듬과 농담, 밀도를 지닌 드로잉이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선의 압력과 중첩이 만들어낸 미묘한 흐름이 느껴지고, 멀리서 바라보면 구조화된 인상으로 다가옵니다. 감상자의 움직임, 조명의 방향, 시선의 높이에 따라 화면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도 이 전시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김은주의 드로잉은 강한 색채나 장식적 기교 없이도, 공간에 조용한 긴장과 안정감을 동시에 부여합니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그려내진 않지만, 감정을 통과한 손의 리듬은 화면 위에 고요히 머뭅니다.
김은주의 드로잉은 조형을 넘어서 감각과 시간이 머무는 구조로 확장되며, 감상자에게 조용한 몰입의 순간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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