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표면》
보이지 않는 것을 응시하다
2025년 5월 10일 – 2025년 6월 10일
서울아트나우는 이배, 김근태, 이진우 세 작가의 회화 작업을 선보이는 《침묵의 표면》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축적해 온 회화적 언어를 통해, '표면'이라는 개념을 단순한 형식이나 외형을 넘어 시간, 감정, 사유의 구조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반복되는 붓질, 재료의 물성, 여백의 조율은 회화가 전달할 수 있는 감각적 밀도를 드러내며, 조용하지만 단단한 인상을 남깁니다. 《침묵의 표면》은 이처럼 외형이 아닌 내면의 구조를 지향하는 회화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회화 안에서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를 조용히 질문합니다.
이배는 절제된 구성과 강한 밀도를 통해, 평면을 하나의 농축된 공간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은 반복된 선과 흔적의 축적을 통해 깊이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내며, 보는 이의 집중을 이끌어냅니다. 그의 작업이 지닌 응축된 에너지와 긴장감은 여전히 강하게 살아 있으며, 오랜 시간 다듬어온 조형 언어의 또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김근태는 화면 위에 층을 쌓아가며, 보이는 것 이전의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회화적으로 환기합니다. 단색의 외형 속에는 반복된 붓질과 건조의 시간이 응축되어 있으며, 이 미세한 표면의 변화는 천천히 들여다보아야만 비로소 드러납니다. 그의 작업은 시각적인 화려함보다는 조용한 울림을 통해 관람자에게 여운을 남기며, 한국적인 정서와 절제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냅니다.
이진우는 한지라는 재료의 고유한 특성과 시간성을 활용해, 화면에 흐름과 균열, 그리고 침묵의 구조를 구성합니다. 반복된 덧입힘과 스며듦, 여백의 조절을 통해 형성된 화면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감정의 결을 담아낸 결과물입니다. 작가에게 이 과정은 일종의 수행과도 같으며, 표면에 남겨진 선의 흔들림과 여백의 리듬은 감각의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침묵의 표면》은 세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축적한 시간성과 감각의 구조를 병치하며, 회화가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축적과 정제, 선택의 결과임을 상기시킵니다. 이 전시는 회화의 물리적 표면 너머에 자리한 작가의 고유한 언어와 태도를 보여주며,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회화를 바라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