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5, 2025
〈앵커〉중년 화가 김은주 작가는 30여 년간 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만 그림을 그려오고 있습니다. 연필 고유의 광택을 활용해 풍부한 질감과 양감을 만들어내며 검은빛의 향연을 펼칩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만히, 그려보다 / 21일까지 / 서울아트나우]
커다란 꽃송이와 주변의 크고 작은 꽃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찬 꽃잎은 조금의 틈도 없습니다.
희뿌연 꽃병 위로 탐스러운 꽃 더미가 가득합니다.
각양각색인 꽃의 화려함이 검은빛을 내는 연필로만 표현돼 있습니다.
연필의 검은색은 단색이 아닙니다.
[김은주/작가 : 색이 하나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거든요. 그 연필이 가진 특유의 광택이라고 해야 될까요.]
넘실대는 파도는 빛의 각도에 따라 일렁이며 생동감을 더합니다.
단순한 데생이 아니라 유화 물감을 덧칠하는 것처럼 수없이 많은 연필의 선을 쌓아 올리면서 고유한 질감과 양감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김은주/작가 : 이 작업을 유화하듯이 연필을 계속 쌓고 쌓고 해서 이런 강물의 느낌이 날 때까지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는 연필 하나만으로 화면의 깊이와 폭을 채워나갑니다.
마치 수행을 하듯 반복되는 지난한 작업을 통해 내면 깊숙한 곳에 응축된 생명력을 화면 위에 쏟아냅니다.
무념무상의 선 긋기는 자기 자신마저 잊은 채 그리는 행위와 하나가 되는 과정입니다.
[김은주/작가 : 어느 순간 그림은 의도를 넘어선 무의식의 세상이더라고요. 제가 무엇을 할지 저도 모르더라고요. 정신 차리고 보면 저 그림이 되어 있더라고요.]
연필의 흑연은 동양화에서 먹의 농담처럼 다양한 빛깔을 빚어냅니다.
하얀 종이의 여백은 그 검은빛의 향연을 담담하게 품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진원,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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